오늘을 살기

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(윤성택)

피터 하 2010. 4. 23. 21:20

  

 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윤성택
 

 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
 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
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
 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
 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
 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
  내 안 실뿌리처럼
  추억이 돋아났습니다
  다시 흙을 모아 채워 넣고
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
  손으로 꾹꾹 눌러주었습니다
 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
 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
  너를 옮기지 않겠다고
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고
 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
 
 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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